상담시간이 되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원하는 게임을 골라 자리에 앉으면 누가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유독 이 시간을 기다리는 건 엄마가 게임꽝손이라그런 건지... 10번 중 8~9번은 늘 8살 아이의 승리다.
봐주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되겠지만..
나는 진심이다.예전엔 봐줄 때도 있었는데 이젠 이기려고 애를 써도 지는 판이다.
"오늘도 엄마가 졌네."
할리갈리에서 진 엄마를 보며 둘째는 자기가 얻은 카드를 보았다. 그리곤"아니야. 내가 나눠줄게." 말한다. 카드의 절반을 엄마에게 내밀어 손에 카드를 쥐어주곤 "엄마가 더 많은 것 같은데?"라며 카드의 두께를 재보았다.
문득 아이가 자매와 보드게임을 처음 할 때가 생각난다. 규칙도 모르고 민첩하지 않아서 번번이 언니에게 졌다. 그때마다 "흥. 나 안 해."라며 삐졌다. "만날 나만 져. 나도 이기고 싶다고!" 말하며 연신 흥흥거렸다. 그때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야.","연습해서 다음에 다시 해보면 돼."라고말하곤 했다. 그리고 아이는 종종 어린이집에서 연습을 해오곤 했다.노력의 결과일까? 게임에서 진 감정에 속상해하기만 하던 아이는 어느덧 자라 패자도 살필 수 있는 승자가 되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내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늘 잘하고 싶었고 실패는 두려웠다. 그래서 주산, 피아노, 태권도, 미술, 학습지 등 다양한 것을 시작했지만 꾸준히 한 게 없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해서, 친구들이 손등을 맞는 걸 보고 그만두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중간에 포기를 했다. 사실 그 이유들은 핑계다. 난 단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만둔 것이다.
잘하고 싶었는데 잘할 것 같지 않았다. 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헤맨 것이다. 하루, 3일, 2주, 한 달, 3달... 짧은 기간 안에 잘하길 바랐다. 어린 나는 잘 재는 아이였다. 혹은 빠른 성과만을 바라는 아이였는지도.
어른이 된 난 더 나아진 사람이었을까? 20대, 30대를 돌아보면 나아진 것 없는 것 같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 좋은 사람이고 싶단 마음은 나를 움직이게도, 힘들게도 했다. 이기는 게임만 하고 싶은 어린아이였다. 작은 돌부리도 큰 바위 앞에 선 것처럼 두려웠다. 자라지 않았던 난, 언제나 문제 앞에선 작을 뿐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생의 지혜를 깨닫는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거울이라 문득 보이는 내 모습에 외면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아이의 한마디 말에, 행동 하나가 나를 바꾸게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