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다. 이번 어린이날 선물은 염색이다.
서로 다른 생김새만큼 취향도 다르다.
빨강, 보라, 분홍. 제각각이다.
엄마도 미뤄둔 머리를 한다.
지난 염색과 가르마에 숨겨둔 흰머리다.
어쩌다 하나 눈에 띄던 새치는 4월이 되자 '이제 흰머리가 나는구나.' 생각이 들게 난다.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흰머리에서 자유롭고 싶단 생각이 든다.
말도 안 되지만 세월이 비껴가길 바란다.
누구나 다 그럴 거라 생각하며 자조(自嘲)한다.
염색약을 바르고 자른 비닐봉지를 머리에 썼다.
쓸 때마다 느끼지만 사오정 같다.
이제 입을 벌리고 '나~방~~' 외치면 되나?
혼자 킥킥 웃곤 주변 눈치를 본다.
(웃을 수도 있지, 뭘 또 눈치를 보는지...)
웃다 보니 할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의 뽀글뽀글 파마와 할머니가 사 오던 염색약.
양귀비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일 때마다
할머니는 양귀비 염색약을 사 오셨다.
새벽에 일어나 손녀의 도시락을 싸고 장사준비를 한다.
"거울 볼 시간도 없다."
"얼굴에 뭘 찍어 바르기도 귀찮다." 말하던
할머니가 잊지 않고 하던 게 염색이었다.
파마머리는 큰맘 먹고 장사를 쉰다.
장날,
버스를 타고 미용실에 간다.
"제일 오래가는 걸로 말아줘."
초반 뽀글거림을 참으면 6개월은 문제없다.
싸고 오래간다.
그런데 해결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흰머리는 제멋대로 올라와 난감하다.
까만 머리 가운데 삐쭉 솟은 한가닥 존재감은 왜 그리 큰지..
거울을 볼 때마다 눈은 흰머리에 고정이다.
다음날,
할머니가 까만 봉지를 흔들며 집에 오셨다.
까만 봉지처럼 머리를 물들일 양귀비 염색약이다.
집에서 하는 양귀비 염색은 주의해야 한다.
아차 하면 손과 두피까지 까맣게 된다.
머리 감을 때도 까만 물이 줄줄 흐른다.
옷도 까만 물이 든다.
어색한 까만 물이 익숙해지면
할머니의 잃어버린 10년도 찾아온다.
주름진 얼굴에도 미소가 든다.
5월, 까만 봉지를 흔들며 할머니의 미소를 찾아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