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Sep 15. 2023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ㅡ 아들에게 건네는 위로

사람이란 참 묘한 존재다. 서로에게 적당히 마음의 거리를 둬야 하지만 또 적당히 곁에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염려하는 온기가 필요하고 너무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 챙겨주는 적당한 온기..


문을 열고 들어오라 청하는 건 나의 몫이지만 문턱을 넘는 용기는 들어올 이의 몫이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일, 누군가에겐 별 일 아니지만 누군가에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유난한 사춘기를 겪어낸 아들이 벌써 20대의 끄트머리에 앉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다.

여간해서는 입을 열지 않던 아들은 점점 시간이 갈수록 엄마에게 자신의 문턱을 넘어서며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친구가 되어가는 중이다.

지난밤, 퇴직을 결심했다는 아들에게 걱정을 말하기보다 맥주 한 잔을 건네며 아들의 처진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가수 양희은 님이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 기억난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인생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 결핍이 있는 사람이 좋다”라고 답했다. 결핍은 약점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네가 경험하는 힘들어함은 단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뿐이니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힘듬이라는 단어가 주는 한 마디에 너 자신 스스로 동굴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네 인생의 시기에 이별을 경험한 것이고 네 인생의 시기에 왕따를 경험한 것이고,

네 인생의 시기에 퇴직의 시기를 경험한 것뿐인데 돌이켜보니 우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를 잡아먹게 내버려 두었더라고.


그러니 앞으로는 그때그때 찾아오는 우리의 상처가, 우리의 아픔이 부디 우리를 먹게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금 네가 겪게 되는 일들이 지나고 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알게 되는 날이 올 테니 기죽지 말라고 했다.


우리의 마음은 꽃과 같아서 잘 보살펴주고 햇빛도 쐬어주고 물도 주고 영양분이 될만한 것들도 챙겨줘야 한다.


꽃이 두 번 피는 민들레는 한 번은 노랗게, 한 번은 하얗게 피어난다.

그리고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 신기하고 대견한 민들레는 행복과 내 사랑을 당신에게 드려요 라는 사랑스러운 꽃말을 가지고 있다.

아들의 인생이 자유롭게 떠나는 민들레처럼 행복을 안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내며 자신의 내면에 가려져 있는 자유로움을 찾아내기를 응원한다.

오늘의 이 글이 훗날 아들에게 꺼내 볼 수 있는 단단한 성장의 일기에 영양분이 되어 주었던 한 페이지로 남겨지길 바라며..

오늘 저녁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만들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따스한 온기가 필요한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