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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Sep 11. 2023

따스한 온기가 필요한 날

ㅡ아들을 위한 소고기 야채죽

오랜만에 죽을 끓였다.

어젯밤, 직장일이 힘든지 퇴근하는 아들 얼굴빛이 안 좋았다. 체한 것 같다며 몇 번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찹쌀을 씻어 물에 담가 불리고 구기자와 대추를 넣어 끓여 채수를 만들었다. 만성피로에도 좋고 몸에 활력도 주는 구기자로 일에 지쳐있는 아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구기자와 궁합이 좋은 대추가 끓고 나면 마지막에 불을 끄고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채수를 끓일 동안 애호박과 양파, 당근을 다져서 준비하고 소고기 몇 점을 다져 집간장과 참기름, 청주 조금 넣어 밑간을 해서 볶아두었다.


불린 찹쌀을 참기름에 볶다가 구기자 채수를 넣어 보글보글 끓이다가 다진 야채와 치킨스톡으로 맛을 더하고 부족한 간은 소금 간을 더했다. 야채죽 위에 볶은 소고기를 올리고 마지막에 깨를 으깨 고소함을 더해 주고 참기름 한 바퀴를  둘렀다.


부드럽고 따뜻한 죽 한 그릇이 아들에게 온기가 되어 힘든 일상에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을 보탰다. 따스한 음식은 소화에도 이롭지만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마법이 숨어 있다. 간간히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처럼 견디기 힘든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이겨내고 나면 삶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히는 것처럼ᆢ


평생에 내 편 하나 만들기 녹록지 않은 인생길에 아들의 모든 걸음과 모든 시간을 응원하는 엄마가 있다는 짠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는지 아들은 말없이 죽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출근했다. 현관문을 나서는 아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온기 가득한 평안함으로 보내기를 바라며 어깨 한번 토닥여 주었다.

어릴 때 배앓이를 할 때면 친정 엄마가 끓여주시던 녹두죽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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