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아들을 위한 소고기 야채죽
오랜만에 죽을 끓였다.
어젯밤, 직장일이 힘든지 축쳐진 어깨 위에 내려앉은 그늘빛에 가려져 퇴근하는 아들의 낯 빛이 안 좋았다. 체한 것 같다며 몇 번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쓰러져 잠이 들었다.
밤새 아들 방을 들여다보며 날을 새고는, 이른 아침 일어나 찹쌀을 씻어 물에 담가 불리고 구기자와 대추를 넣어 끓여 채수를 만들었다. 만성피로에도 좋고 몸에 활력도 주는 구기자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아들에게 부드러운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구기자와 궁합이 좋은 대추가 끓고 나면 마지막에 불을 끄고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 감칠맛을 더한다.
채수를 끓일 동안 애호박과 양파, 당근을 다져서 준비하고 소고기 몇 점을 다져 집간장과 참기름, 청주를 조금 넣어 밑간을 해서 볶아두었다.
불린 찹쌀을 참기름에 볶다가 구기자 채수를 넣어 보글보글 끓이다가 다진 야채와 마늘 소금으로 간을 더했다. 야채죽 위에 볶은 소고기를 올리고 마지막에 깨를 손바닥으로 바락바락 으깨 고소함을 더해 주고 참기름 한 바퀴를 둘렀다.
보드라운 죽은 소화에도 이롭지만 굳은 마음마저 녹이는 마법이 숨어 있다. 따뜻한 죽 한 그릇이 아들에게 온기가 되어 힘든 일상에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엄마 마음을 보탰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지금 이 순간 내딛는 아들의 발걸음을 응원하며 부디 마음의 파도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간간히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처럼 견디기 힘든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이겨내고 나면 삶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박히는 것처럼ᆢ
평생에 내 편 하나 만들기 녹록지 않은 인생길에 아들의 모든 걸음과 모든 시간을 응원하는 엄마의 짠한 마음의 눈빛을 아들은 고스란히 느꼈는지 말없이 죽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출근했다. 현관문을 나서는 아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온기 가득한 평안함으로 보내기를 바라며 "우리 아들~ 사랑해~"를 건네며 어깨 한번 토닥여 주었다.
오늘따라 어릴 때 배앓이를 할 때면 친정 엄마가 끓여주시던 녹두죽이 생각났다. 엄마도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지. 자식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