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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Mar 17. 2023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를 찾아가고 싶을 때

추억 한 끼 콩나물 해장국



'조바심은,

땀은 쏙 빼고 열매만 얻고 싶은 욕심이다.'

어느 지식인이 남긴 말이다.

사자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코끼리를 잡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하잘것없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온 힘을 다 품는다고 한다. 잠깐동안의 멈춤, 숨 고르기는 전력질주를 위한 주변 동태 파악의 기회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마음이 거칠거나 빨리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어떤 일이든지 생기는 조급증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씩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번 아웃처럼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이 찾아오곤 한다.


나를 꾸준히 보아 오던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나에게 신호를 보내온다.

"왠지 다른 때와 달라, 지쳐 보여"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 다 잘될 거야"


무언가 빨리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커질 때 과부하가 찾아오는 순간을 나만 모르고 타인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 박자 쉬어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게 조언해 주는 오랜 벗을 만날 때면 동네 콩나물 국밥집을 찾는다. 담백하고 시원하게 끓여낸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생채기 난 쓰린 속을 달랜다.


감기나 몸살에 걸렸을 때 엄마가 끓여주시던 얼큰한 콩나물국을 떠올리며 호로록호로록 코를 박고 먹는다. 몸이 으슬으슬 춥다 싶을 때 마음까지도 시려옴을 느낄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서 먹던 콩나물국밥 한 그릇은 어쩌면 밥이 아니라 마음의 치유로 다가온다.


크고 작음,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신호등처럼 갈 때와 멈출 때를 알고 행동하자.

살아서 움직일 수 있음에 감사하던 때를 기억하자. 세상과 소통하며 깊이 있게 말하고 행동하자. 걷기도 전에 뛰려고 하지 말자.


오랜 벗 덕분에 나를 찾게 되는 시간, 얼큰한 국밥 한 그릇을 다 비울 때쯤이면 어느새 내 마음은 고요해진다. 땀 송송 흘리며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의 그 짤막한 시간은 나를 한 뼘 자라게 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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