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도 열일하느라 힘들었을 친구를 위해 한 끼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다.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들을 살펴보니 남아있는 야채 조금과 크랩맛살 한 팩이 있다. 제일 만만하면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맛살은 얇게 찢어서, 당근, 애호박은 맛살처럼 가늘게 채를 썰었다. 거기에 부추, 쪽파까지 남아있는 야채들을 송송 썰어 달걀만 넣고 전을 부쳤다.
평상시에도 냉털 하기에 최적의 메뉴로 전을 부친다. 밀가루나 녹두가루에 달걀을 묻혀 지지기도 하고, 쌀부침가루와 녹말가루를 반반 섞기도 하고, 때로는 감자를 갈아 넣기도 한다.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 메뉴이면서 담음새에 따라 일품요리로도 식탁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
어릴 적 엄마는 막걸리를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위해 전을 자주 부치셨다. 채소만 가지고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진 안주거리로 가끔 우리들 기억 속 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음식은 만든 이의 성품이 고스란히 담긴다. 오랜 시간 한결같은 솜씨로 세월을 지키는 노포들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마음을 담아내는 한 끼 밥상에 고마움도 담고, 짠하게 보이는 위로의 마음도 담는다.
늘 처음으로 맞이하는 매 순간의 오늘을 잘 살아내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도, 어제보다 오늘 더 즐겁고 건강하게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도 담는다.
여전히 음식을 만들 때마다 재료부터 담음새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