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150조 원 증발. 미국 반독점법의 무서운 칼날의 향방은?
(2019년 6월 3일 11:00 EDT) 페이스북, 아마존, 그리고 구글이 미국의 반독점 규제 당국과 새로운 감시 협정을 맺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이 사실이 주식시장에 알려지자 페이스북 -7.5%, 아마존 -4.6%, 구글 -6.1% 폭락했다. 이는 각각 $38B, $40B , $47B 에 해당되며, 원화 기준으로 150조 원이 순식간에 시장에서 증발된 것이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매우 강력하다. 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자유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 정부는 해당 기업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을 강제로 분할할 수도 있다.
이 반독점법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가장 거대한 에너지 회사로 불렸던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강제 분할되기도 하였으며, 90%의 고객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통신회사 AT&T는 7개의 지역 통신사업자와 연구조직으로 분할되었다. 빌 게이츠의 Microsoft 역시 반독점법에 의해 OS 부분과 그 외 부분(정부안은 2개, 잭슨 판사 안은 3개)으로 분할될 위기를 겪었다. 클린턴 행정부 때 잭슨 판사에 의해 독점적 지위에 대한 사실 판단(finding of facts)을 받고 분할 명령을 받아 벼량 끝에 섰다가, 친 기업 성향인 부시(아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항소법원에서 이를 기각함으로 Microsoft는 기적과 같이 살아 돌아왔다. 빌 게이츠가 잭슨 판사의 분할 명령 이후, 이사회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세계 제일의 부자도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이 법은 이렇게나 무섭다.
그런데 미국 테크 기업의 중심인 FAMG(Facebook, Amazon, Microsoft, Google)를 반독점 규제 당국이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전 세계 테크 산업에 커다란 파고를 가져올 수 있다. 그야말로 폭풍전야인 것이다.
지금부터 FAMG 중 MS를 제외한 FAG 가 각각 독점적 지위가 인정되고 이로 인해 기업분할을 명령받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0. Microsoft (과거 케이스 검토)
- 운영체제와 그 외 사업으로 분할 (오피스, 익스플로러 등)
Microsoft는 윈도 운영체제(OS)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Explorer를 끼워 팔았고, 이 행위가 고객의 인터넷 브라우저 선택권을 침해받는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분할 위기까지 갔었으며, 정부로 부터 운영체제를 소유하고 판매하는 회사와 오피스, 익스플로러 등 그 외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회사로 분할할 것을 명령받았다.
1. Facebook
- Social Media 인 Facebook과 Messaging 사업의 분할
페이스북의 경우 Facebook을 이용해서 Facebook 메신저를 끼워 팔 뿐만 아니라 Instagram과 Whatsapp을 인수하여 고객 선택권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될 여지가 존재한다. 이어서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Social Media 부문과 일종의 페이스북 미래를 담당하고 있는 메신저 등의 신사업으로 나뉘면 참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페이스북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지고 본의 아니게 더 많은 현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2. Amazon
- Commerce와 Amazon Web Service (AWS) 사업의 분할
아마존의 경우 Commerce와 AWS의 결합으로 인해 고객이 어떤 선택권의 제약을 받는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 Commerce와 Amazon Video 사업의 분할
Commerce 부문의 Amazon Prime 정액 요금에 Amazon Video를 끼워 팔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할 정도로 Amazon Video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 Amazon 사업 그 자체의 지역적 분할
AT&T의 케이스처럼 플랫폼 사업자가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캐나다까지 독점에 가까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기에 물건을 공급하는 셀러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최종 소비자에게 까지 그 피해가 전개된다는 논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터넷 기업을 통신사처럼 지역별로 쪼갤 수 있느냐인데 그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Offline 매장의 규제에 사용하는 품목별 분할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책, 전자제품, 생필품, 식자재, 의료 용품 등 카테고리를 나누어 제한하는 방식이다. 다만 인터넷 기업에 대한 이러한 분할은 아마존 자체의 존립에 커다란 타격이 올 수 있기에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3. Google
- 검색 서비스, 광고, 그 외 서비스
사실 구글의 막대한 매출은 검색, Youtube 등의 매체 독점화를 통해서 달성된다. 그 외 Google play와 Google Suite 등의 매출도 상당하지만, 전자에 비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실제로 EU에서 진행 중인 반독점 관련 조사에서도 검색 서비스와 광고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의 대두되는 것으로 볼 때, 매체와 광고를 분할하는 안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보이며, 이때 매체로 분류할 수 있는 '검색엔진 + 유튜브'의 고객 서비스 부분과 광고 비즈니스 부분이 분할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매체의 독점화로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기에 검색엔진과 유튜브를 분리하는 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매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구글(알파벳)의 첨단 기술 부분의 보유는 지속할 수 있을 것이기에 미래는 대비할 수 있겠지만, 당장의 경쟁력 약화는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Microsoft의 행운 (역시 매는 먼저 맞아야)
이들이 내놓는 매물이 무엇이든 간에 Microsoft는 강력한 매수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아마존이 AWS를 내놓을 가능성은 없어 항상 혜택을 보긴 어렵겠지만, Facebook과 Google의 특정 사업분야가 분할되게 될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곳은 누가 뭐라 해도 Microsoft이다. Microsoft는 민주당인 클린턴 행정부 때 가장 고통을 받았고 공화당의 오랜 후원을 지속하고 있는데 반해, 공화당 트럼프에게 있어 민주당을 지원하며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facebook 내에게 출마 루머가 돌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눈에 가시처럼 보일 것이다. 물론 아마존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감은 이미 트위터를 통해 충분히 표출되었기에 이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더욱이 구글은 미국 내뿐만 아니라 EU, 호주 등지에서도 반독점 관련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과 인공지능의 미래
이러한 미국 테크 생태계의 큰 변화는 벌써부터 스타트업에게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M&A 든 Acqui-Hire(채용을 위한 인수) 등 스타트업의 exit 기회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반독점 관련 결정 이전에는 적극적인 투자가 얼어붙을 수 있을 텐데, 이 모두 정치적인 이슈로 크게 활용될 것이 분명하기에 2020 미국 대선 전(11월 3일)에 결판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이후 인공지능, 자율주행, 드론,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대화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막대한 투자와 버블은 부의 집중화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