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누가 네 생각을 물었나?

by 정오의 햇빛

감자님이 자신에게 불편함을 끼친 공무원에 대한 불편함을 글로 썼어요. 공무원이 제대로 업무를 처리하길 바라는 글이었어요. 글을 읽고 “너무 진지하신 듯. 그런 곳은 원래 그렇지요. 인공위성관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심이...”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불만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자 하는 것도 저라는 사람의 성향인지라...”라는 답글을 보고 아차! 저의 실수를 알았어요. 저도 모르게 경계를 넘어갔어요.


이미 글쓴이는 불편함을 경험했고 글로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는 걸 텐데... 법륜스님같이 말한 것이지요.

“앗. 저도 모르게 부적절한 댓글을 달았습니다. 쏘리"


한동안 법륜스님 법문을 들었습니다.

질문은 한 가지입니다. 답도 역시 한 가지입니다.

질문. 이런저런 불만이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그 일에 관여치 마세요. 기도하세요.

색깔만 다를 뿐 똑같은 내용의 법문을 날마다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질문을 들고 온 사람에게 스님은 매번 친절하고 인자한 목소리로 답을 합니다. 법륜스님은 답해도 됩니다.

상대가 어쩌면 좋겠느냐고.


글쓴이는 질문을 한 것도 아니고 고민을 상담한 것도 아닌데.

반성을 하다가 글로 적어봅니다. 마음속으로 천 번 만 번 반성을 한 내용인데 천한번 만 한 번 같은 잘못을

계속합니다. 마음속에 쓴 글은 흔적이 안 남아서 그런 것일까요? 마음에 새길만큼 고통스럽지 않아서일까요? 아무 효과 없는 마음의 반성은 이제 그만하렵니다. 고통 없는 반성은 허영일 겁니다. 최소한 반성은 할 줄 안다고. 후회스러운 일이 있으면 글로 반성하렵니다.

반성의 효과가 좀 있을지...


생각나면 즉시 적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루고 미루다 보니 몇십 년은 아주 우습게 미뤄지는 미룸의 대가인 제가 미룸과 안녕을 합니다.

그간 미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루고 사느라 편안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미룸과의 인연은 여기까지. 잘 가요. 미루는 사람이여.

미루는 습관은 버리지만 기다리는 습관은 아직은 버리지 않아도 될 듯.


미룰 만하니까 미룬 것이지 시급한 일은 미뤄본 적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습관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살은 것 같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는 미루면 연쇄적인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혼자만의 미룸은 일의 순서를 바꾸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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