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 전 나에 대한 이해가 끝났다는 느낌을 분명히 경험했다.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탐구가 마침내 닫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야 마음속에 생각으로 머물던 이야기를 소리 내어 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은 언제나 상태 이후에 나온다.
미리 하는 말은 이미 느끼고 있으나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거나, 아니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허구다.
느낌이 먼저 오고 그다음 말이 따라온다. 그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느낌은 쉽게 사라지고 상태는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아닌 물질화된 말이어야 한다.
말로 진술되고 글로 남겨질 때 그 상태는 하나의 좌표가 된다.
흔들릴 때 그 글을 다시 만지면 정확히 그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과거의 메모들이 흩날렸던 이유는 그때의 내가 아직 그 좌표에 실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탐구가 끝난 자리에서 쓰인 말은 쌓이고, 남고, 복귀를 가능하게 한다.
같은 말이라도 물질화되기 이전의 말이 있고 이미 물질화된 말이 있다.
소리는 같아 보여도 존재의 밀도는 다르다.
지금의 말들은 의심도, 논쟁도 필요 없는 온전한 상태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기록할 수 있고 그래서 돌아올 수 있다.
이 글은 그 상태가 남긴 흔적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이제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