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잡아챈 글 하나.

by 정오의 햇빛

글을 쓰러 작정하고 앉았지만 글은 쓰지 않고 남의 글만 읽고 있다.

어떤 글은 재미있고, 어떤 글은 흥미롭고, 어떤 글은 지루하다.

형형색색의 글들 사이에서 내 글은 어디쯤에 놓여 있을지 궁금해진다.

공간은 조용하고 사람 소리도 없다. 좋은 공간이다.

하지만 아직 내가 돌아오지 않은 느낌이다. 무언가를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디서 에러가 난 걸까 생각해 본다.

아침 7시에 운동을 하고, 11시에 메가박스에 가서 볼링장을 구경하고, 12시쯤 서재에 앉았다.


그 분주함이 가라앉기도 전에 남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의식은 아직 어딘가에서 나부끼고 있고

책상 앞에 앉은 몸만이 의식의 귀환을 기다린다. 가만히 기다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건 멈춤이 아니라 쉬는 중일지도 모른다.

빠르게 움직이던 몸이 시간제한 없이 잠시 멈춰 선 상태. 하지만 이제 글을 직업으로 쓰기로 했으니

강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무한정 쉬고, 놀고, 미루게 된다.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감정으로 사는 삶이 아니라 구조로 사는 삶을 살고 싶다.


글을 적다 보니 한 가지가 떠오른다.

운동할 때 기분이 몹시 좋았다. 랠리도 잘 되고 발리도 잘 됐고 무엇보다 코치가 자세가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과처럼 느껴졌다. 테니스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그 들뜬 마음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그 황홀함에 물을 끼얹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자랑할 데도 없는데 이 마음을 어떻게 알아주면 조금은 차분해질 수 있을지 생각한다.

정말 신기한 것은 재미없는 글을 읽을 때는 편안하게 읽었는데 정작 관심이 가는 글을 읽으면서

조급한 마음이 올라온 것이다.


문제의 글을 다 읽고 나서는 쓴 사람의 심정이나 애로가 전달되는 것보다 이글의 어떤 점이 나로 하여금 조급한 마음을 갖고서도 계속 끝까지 읽게 한 것인가가 궁금했다. 내용이 아주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나와는 상관도 없는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아주 재미있는 내용도 아니었어\다. 카페를 열고 고충을 겪고 몇 달 만에 폐업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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