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의해 실종당한 사람
사람은 문서로 태어나고 문서로 죽는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태어날 뿐이다.
출생증명서로 출생하고, 사망진단서로 사망한다.
그 문서가 존재하지 않으면 사람은 있어도 나타나지 않으며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다. 사회가 그의 출생과 사망을 인정할 때
비로소 태어나고, 비로소 죽는다.
실존하는 인간은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존재를 부정당하고, 이미 사망한 인간은
사망을 확인해 줄 곳이 없다는 이유로 실종자가 된다.
실종자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된다.
존재가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은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이다.
사망확인서가 없으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태어남은 죽음을 함유한다.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국가가 존재하는 한 존재의 사망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관리되지 않는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관리되지 않는 죽음은 우연이나 행정착오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리의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빠져나간 죽음이다. 국가는 기록 가능한 생명만 관리한다.
기록되지 않은 존재는 죽어도 사건이 되지 않고, 사건이 되지 않으면 책임도 발생하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조건은 많다.
국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몰라야 한다.
그 책임은 끝까지 확인하지 않기로 한 사회에 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사적 사건이 아니다.
관리되지 않는 죽음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 윤리의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