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도 빠져 죽지 않아.
나는 오랫동안 씨름하며 살았다.
붙들고, 매달리고, 싸우고, 이기거나 도망치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삶이 멈출 것 같았다.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감각이 사라지면 나라는 사람이 증발할 것 같았다. 돌봄의 대상이 있었다.
나는 그 대상을 붙들었다. 처음에는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나중에는 책임이라고 생각했고,
그다음에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매달려도, 아무리 애써도, 그 대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요구하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에도 나는 곧바로 놓지 못했다. 놓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붙들었다. 더 오래, 더 비굴하게.
그러다 어느 순간 붙들고 있는 손에 힘이 빠졌다. 포기라기보다는 지속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니라 씨름이라는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아무것도 붙들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괴로움은 대상 때문이 아니었다. 붙들고 씨름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나의 오래된 삶의 방식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태가 좋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다. 돌보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붙들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