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은

영화인가 나의 시간인가?

by 정오의 햇빛

영화를 본다는 건 취미이자 감동이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꽤 많은 투자가 들어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 위해 지불하는 시간과 비용은 당연한 값이다. 하지만 내가 더 크게 느끼는 비용은 그 두 시간 동안 나는 일체의 외부 활동도,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시간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영화 관람은 내가 선택한 일이니 주체적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그것 역시 나의 삶일 수 있다.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나는 출연진과 제작자, 감독과 영화관 관리자, 판매 종사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한 팀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팀에 속해있는 나의 수고나 봉사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팀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영화 관람은 결코 관람료와 두 시간의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나는 왜 내가 한 행위에 이렇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걸까.

그 영화가 특별히 소중해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작품이어서도 아니다. 내가 부여한 나 자신의 가치가
그 시간 안에 크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나는 슬픔을 느낀다.


그건 영화를 되돌아보는 일이 아니다. 그 시간 속에 있었던 나를 추억하는 일이다.
그 시간 속에 존재했던 내가 결코 의미 없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인증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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