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복제되는 상처

by 정오의 햇빛

삶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그 상처는 숨이 멈추는 순간까지, 어쩌면 그 이후까지도 재생산된다.

시간과 사건과 대상만 바뀐 채, 같은 상처가 평생을 따라다닌다.

그 상처는 누군가가 새로이 준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상처가 스스로를 보라고 보내는 신호다.

그 신호를 알아보지 못하면 우리는 누가 상처를 줬는지, 내가 얼마나 다쳤는지를 따지며

대상을 만들고 적을 만들고 도망치거나 없애려 든다.


그러나 그것은 해결이 아니다.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내 바다를 말리려는 일이고, 산을 수저로 떠서 옮기려는 시도다.

물론 그렇게 해서 조금은 옮기고, 잠시 마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 노동이 헛된 이유는 정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처를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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