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투영하는 영화

굿포춘을 보고

by 정오의 햇빛

영화 굿 포춘을 보고 일어난 일들은, 내가 사물을 인식하기 전에 나에게 일어났던 사건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언어를 배우기 이전, 느낄 수 없고, 말할 수 없고, 인식할 수 없는 상태

단어의 의미도 모르던 시간에 나에게 일어난 일.

좋게 말하면 양육이고, 돌봄이고, 사랑이었을 것이다.

사실적으로 말하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의식과 무의식이 걸러지지 않은 채 폭풍우처럼 휘몰아는 감정의 소용돌이였을 것이다.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가리개 없이 알몸으로 서 있는 이제 갓 태어난 아이에게 쏟아지는 우박과 천둥과 번개와, 그치지 않고 내리는 검은 비.

그 모든 것은 내 전 인생에서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재연되고, 복제되고, 그리고 다시 내 자식에게까지 전수되었다.

그것은 내 삶의 태도와 내가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원천이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나의 태도에서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재연하고 있다.

싫은 것은 멀리하고, 미운 것은 혐오하고, 못 본 척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인 양 취급되어 온 나의 과거를, 대상만 옮겨서 그대로 내가 하고 있음을 지금 보았다.

누구 때문이라고 말할 일이 아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과거가 있었고, 그들의 현실이 있었고, 그들의 고통이 있었다.

나도 모르고 했듯이, 그들도 역시 모르고 했을 것이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

길게 남지도 않았는데, 그거밖에 남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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