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힘든 영화 731
이 영화는 보기 힘든 영화였다. 불친절했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았고, 친절한 설명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할 만한 영화였다. 그런데 나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보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견뎌서 도착한 감동이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이제 이 영화를 이렇게 볼 수 있게 되었구나.’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있고,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이 감동은 영화를 우러러보는 감정이 아니었다.
이제 이런 영화를 받아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나에 대한 감동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스스로를 자극하는 편이다. 그래서 웬만한 영화에는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동하지 않기가 불가능했다.
이 영화가 말하는 삶은 이상적이고 만족스럽고 풍요로운 환경에서만 가능한 삶이 아니다.
인간이 개돼지가 되고, 마루타가 되고, 땔감처럼 소모되는 환경 속에서도 그 와중에도 삶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휴머니즘 역시 거기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본연이기 때문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환경이 어떠하든, 인간의 참된 모습은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 만약 인간의 본래 모습이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런 환경 속에서 그런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었을까.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예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극한의 조건 속에서야말로 인간의 실존이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인간의 본래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었고,
그래서 나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