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년 전의 일본 만화영화라는 말을 들었다.
라퓨타를 보고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그 말을 떠올리며 보니 정말로 내용이 닮아 있었다.
라퓨타의 문물은 압도적이다. 인디애너 존스의 고대도시와 같다.
인간의 문물로는 가공할 수 돌을 다듬어 하늘에 성을 띄웠다.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전해지는, 말로만 남은 허공의 도시.
왕족후손의 여자아이와 남자가 라퓨타의 문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그 힘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해가 될 수도, 유익이 될 수도 있다.
수단 그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마치 원자폭탄이나 세균처럼.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있다.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인디애나 존스를 볼 때 느꼈던 긴장감과 아찔함은 없었다.
역시 인간이 나오는 영화가 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며 보았다.
만화 캐릭터에는 나를 이입하기 어렵다. 건성으로 보게 된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대상과 관계없이 자신을 동일시한다. 강아지에게도, 로봇에게도, 꽃에게도 자신을 겹쳐 놓는다.
그 마음을 동심이라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흥미롭지 않음에도 두 시간 가까운 만화영화를 눈을 떼지 않고 보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는 재미있게 보았던 옛 기억이 함께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동심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아이들과 같이 봐서 덩달아 재미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