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by 정오의 햇빛

요즘 나는 삶의 질서가 조금 잡힌 느낌이다. 과자를 찾지 않고, 과일도 집요하게 먹지 않는다.
식사는 적당하고, 몸은 과하지 않다.

여전히 집은 어지럽다. 청소도 덜 되어 있고, 쓰레기도 아직 못 버렸다.
하지만 그 사실이 나를 괴롭히지는 않는다. 아마 곧 정리되겠지, 하고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좀 어질러져도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쓰레기집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요 며칠은 브런치에 글을 쓰느라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또 글쓰기 공부를 하게 되고,
그래서 더 바빠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바쁨은 피곤하지 않다.
삶이 흩어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이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집에 오면 공허했다. 반겨주는 사람 없고 내 목소리로 채워야 울리는 공간이 허전했고, 정신이 멍해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멈춰 서곤 했다.

지금은 다르다.
시간이 나면 혼자 요가를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오랫동안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과 감각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표면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자 내가 보였다. 내가 쓰는 글이 보였고 나의 동선도 보였다.

과하지 않은 식사, 집에 돌아와도 비어 있지 않은 마음, 혼자서도 몸을 돌볼 수 있는 시간.

멍하니 있을 시간도 없다. 브런치에 글을 열흘간 올리기로 마음을 먹어서 완주하고 싶다.



이제야 알겠다.
문제가 없어진 게 아니라 브런치라는 거울로 나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글만 봐도 그걸로 충분하다. 밖으로 뛰어나가지 않아도 바삭거리는 과자를 씹지 않아도

배가 불러서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먹어대지 않아도.


나의 결핍은 사람이 아니고 나를 보는 시선이 아니고 내가 없었고 나를 돌아보는 시선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한 순간에 주어진다. 다른 것으로 넘칠 때에는 뭔가 주어져도 그리 잘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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