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식도구

대화는 소통의 기술이기도 하지만

by 정오의 햇빛

우리는 혼자 생각할 때도 사유한다고 믿지만, 그때의 생각은 대개 검증되지 않은 상태,

혹은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정렬된 상태로 머물러 있다.

머릿속에서는 모순이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고, 불분명함도 감정이나 분위기로 덮여버리기 쉽다.

그런데 타인과 말로 부딪히는 순간, 생각은 문장이 되어야 하고,

문장이 되는 순간 구조와 한계가 드러난다.

그때 느끼는 불편함은 상대가 나를 공격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이 처음으로 저항을 만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화는 생각을 바꾸기 위한 도구이기보다 생각이 어떤 모양인지 확인하게 하는 장치다.

충돌은 실패가 아니라, 사고가 실제 세계에 닿았다는 신호다.

대화는 “잘 소통하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자기 인식의 조건이기도 하다.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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