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는 방법
사유 없이 판단하는 태도는 세계를 닫는다.
영화를 좋다 나쁘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로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를 영화로만 머물게 한다.
그것은 나의 판단 기계와 인식 기계를 계속 가동시키는 일에 불과하다.
그 자리에서는 감동도, 자각도, 성찰도 일어나지 않는다.
판단의 언어는 빠르지만 얕고 안전하지만 아무 것도 흔들지 않는다.
판단 기계는 아무리 훈련해도 정밀해지지 않는다.
그 판단의 근거가 언제나 자기 사유의 반경 안에서만 작동되기 때문이다.
사고는 평가가 아니라 침투에서 일어난다.
이상한 장면 이해되지 않는 리듬 불편한 윤리 앞에서 이게 뭐지 하고 멈출 때 사고가 시작된다.
판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판단의 반복이 아니라, 사유와 사고의 성숙이다.
충분히 사유한 뒤의 판단은 사고의 종결이 아니라 사고의 기록이 될 수 있다.
사고 없이 판단만을 계속하는 행위는 성능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기계를 끊임없이
돌리는 일과 같다.
판단이 앞서면 편견은 단단해지고 사유가 앞서면 판단조차 사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