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랜드

영화 보기 학원

by 정오의 햇빛

어제 본 영화는 정말 보기 힘들었다. 혼자였다면 끝까지 보지 못했을 영화다.

지루했고, 느렸고, 졸음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 끝까지 앉아 있었다. 그 이유는 영화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 영화를 보기 위해 공간을 내어준 사람이 있었고, 자기의 일생의 공부와 전문성을 기부하는 진행자가 있었고, 그저 묵묵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풍경이 마치 학원 같았다.

영화 학원. 하지만 이상한 학원이었다. 가르쳐주지 않는다.

정답도 없다. 시험도 없다.

“이 영화의 주제는 이것입니다.”

“이 장면은 이렇게 이해하셔야 합니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볼까요. 얼마큼 보든 괜찮아요. 졸아도 괜찮고, 놓쳐도 괜찮고, 깨닫지 못해도 괜찮아요.

자, 앉아볼까요.


영화는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종교 영화였다.

목사는 이동하고, 걷고, 넘어지고, 기다린다.

서사는 거의 없고, 시간만 흐른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얼음과 눈을 딛고 가고 또 간다.

이 영화는 사람을 붙잡지 않는다. 대신 버틸 수 있는지를 묻는다.


나는 혼자였다면 분명 중간에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같이 견디는 침묵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봤다’기보다 그 시간에 참여했다고 말하고 싶다.

학원에 다니는 기분이었다.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 그저 배움의 자리에 몸을 두는 사람으로. 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느꼈는지도 정답은 아니었다. 다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공부였다.


어쩌면 어제는 내가 일생 처음으로 다닌 학원이었다.

가르치지 않는 학원, 평가하지 않는 학원, 보고 느끼는 몫을 전부 나에게 돌려주는 학원.

그리고 그런 자리는 영화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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