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천도하는 글쓰기
글을 쓴다는 건, 마치 뜨개질이나 매듭을 만드는 일과도 비슷하다.
목적이나 계획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묻는다. 오늘은 어떤 글이 나올까?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나도 모르지만, 만들어질 거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다. 이 뿌듯함이 글쓰기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역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사람 없이도, 머릿속에서 역동은 쉬지 않고 계속 일어난다는 것을.
과거의 끝나지 않은 기억들, 나빴던 기억, 슬펐던 순간들, 불쾌했던 경험들…
의식에서는 모르지만, 무의식 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그 역동의 실타래 하나를 잡는다.
그리고 그 실타래에 매달린 형형색색의 풍선들을 만난다.
각 풍선에는 이름이 붙어 있고,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그 풍선들은 하나의 글이 된다.
옛날에 최면을 배울 때 ‘천도’라는 말을 들었다.
승화나 정리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살아 있는 기억과 감정들을 다른 자리로 보내는 의식 같은 것.
글쓰기라는 과정에서, 내 안의 생각들은 단순한 사념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존재처럼 다루어진다.
글이라는 끈을 통해, 그들은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이 끝나도 내 안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 바뀌어 외부로 옮겨지고, 나는 한결 가벼워진다.
사람과의 관계없이도, 글을 통해 나는 계속해서 역동과 관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경험들은 글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머문다.
어쩌면 우주공간으로 흩어질지도 모르고, 거대한 피라미드 안에 유물처럼 간직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