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치료제
우리는 예술을 원한다.
아트. 누구도 예술을 원치 않는 사람이 없다.
왜 우리는 예술을 원할까?
우리에게는 모두 느낌이 있다. 좋은 느낌, 기쁨, 즐거움, 환희 또 고통, 슬픔, 괴로움, 역겨움 모든 감정이 우리 안에 있다.
그런데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만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감정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있고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학습된 태도가 있다.
그래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마치 감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아니면 감정을 축소시키거나 왜곡시키거나 편집한다.
감정은 우리 안에 표현되지 못한 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있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끓고 있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만나면 감정은 원형 그대로 올라온다. 격렬하게.
억압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카타르시스에 굶주려 있다.
카타르시스란 좋은 느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감정이든 그 감정을 온전히 만나주고 느껴주고 그 감정이 해소되는 상태가 카타르시스다.
우리에게는 카타르시스가 필요하다.
우리는 감정해소에 굶주려 있다. 자기 안에 감정은 넘치고 있지만 그것은 감정의 형태로 한 방울도 느낄 수가 없다.
그건 마치 바닷물 속에서 갈증으로 죽는 것과 비슷한 상태다.
예술은 우리에게 안전하게 감정을 허락한다.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추함과 기괴함과 이해되지 않음이 주는 당혹감과 의아함까지도.
예술 앞에서 우리는 잠시 감정을 억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우리의 감수성은 이미 위축되어 있다. 느끼는 감정의 근육이 약해져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예술 앞에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는 법을 잊어버린 상태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감정의 과잉이 아니라 감정의 마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