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글을 몇 개 읽었다.
첫 번째 글은 독서 일기였다. 글 자체는 꽤 길고, 읽는 내내 온갖 훌륭한 사람들 이야기와 감동적인 구절이 가득했다. 그런데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아, 당신 책 많이 읽었군요”라는 한 줄 요약이 떠올랐다.
글쓴이는 독서를 통해 내면에서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걸 느끼기보다 “책 많이 읽었음”이라는 사실만 감지한 셈이다. 솔직히 터무니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책을 많이 읽었어. 그런데 그래서?
길고 긴 글을 읽고 감상이 그래서? 라니 이건 뭔가 싶다.
허긴 독서일기니 자신을 위한 글이어서 인가 싶기도 하다.
뭔가를 전달하기 위하거나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책 읽은 기록이니까.
글쓴이를 비추는 글은 매력이 안 느껴진다. 자서전을 읽고 싶은 건 아니니까.
나는 독서를 싫어하니까 그런 감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글쓴이의 구독자수가 팔천명이 넘는다.
어허허 이건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깜짝 놀란 나는 찌그러질게요.
구독자 50명이 감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꽈?
내 글도 남이 읽으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자에게 말을 건네기보다는 혼자만의 염불인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올라온다.
아! 그러면 그건 실패인데..
두 번째 글은 또 다른 종류였다. 글을 꽤 쓴다는 사람이 쓴 글이었는데, 읽으면서 흥미도 새로움도, 깨달음도 없었다. 문장은 어려운 단어로 꽉 차 있었지만, 나는 거기서 빨려 들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내 무식함을 마주하게 된 느낌이었다.
글쓴이의 의도는 자신만의 주장과 해석을 전달하는 것이었을 텐데, 나는 그걸 하나도 읽지 못했다. 대신 “이미 정리된 세계를 또 한 번 정리해 놓은 글을 읽는 느낌”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너무나 정확했다. 책이나 글에서 이미 본 것들을 단순히 다시 정리해 놓은 것 같은 글, 나에게는 새로움이 없는 글.
흥미로운 건, 이런 글들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구독자가 수천, 수만 명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왜 이런 글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까? 질투일까, 아니면 그냥 나의 취향일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글쓴이의 의도와 독자의 경험은 항상 같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떤 글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나에게는 허무감을 주기도 한다.
나의 취향이 대중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듯하다.
그럼 나의 글도 대중적이지 않은 글이겠구나. 하는 자각이 든다.
결국 브런치에서 글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다. 글을 통해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글쓴이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글을 읽는 내내 나의 기대, 흥미, 허무감, 자기반성 같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게 바로 나만의 독서 체험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읽고, 느끼고, 나 자신을 마주하며, 이렇게 기록한다. 브런치는 결국 누군가의 글을 읽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브런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는지 모른다.
마주치지도 않는다.
댓글을 보면 더 재미있다.
글과는 무관한 안부와 의례적인 칭찬과 감사와 접촉했다는 흔적만으로 남아있다.
내가 받은 첫 댓글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라크에 파병 나간 남자이다.
고위장교이며 퇴역 후에 한국에 와서 정착하고 싶다고 한다.
어릴 때 고아로 입양되어 미국으로 갔단다.
어떻게 이런 진부한 댓글로 로맨스 피싱을 계획하는 것일까 의아하다.
날마다 글을 보내온다.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두고 보는 중이다.
아무리 피싱이라고 해도 좀 재미있고 매력적인 글을 보내면 낚여주련만
낚이고 싶어도 너무 무지성 무자극이라 쉽지 않다.
그래도 그렇지 첫 댓글이 피싱이 뭐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