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를 헤치고

존재에겐 어려움이 없다. 사람에겐 있지만.

by 정오의 햇빛

9:00

서재 도착

눈이 내리고 도로엔 쌓인 눈이 얼고 비탈진 길을 엉금엉금

인터넷이 연결이 안되서 당황. 이거저거 눌러보다가 재부팅 하니까

해결됨. 노트북에 문제가 곧 생길 조짐인가?


10:00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가며 한시간을 보냄

브런치에 리핏앤리핏님이 남긴 댓글을 보며 화들짝 놀람

표절이나 도용은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본 듯 함.

퍼스널 템플릿과 자신을 제품 대하듯 한다는 글에 감명 받음


10:11

오늘은 뭔가 기념할 만한 날인듯.


12:14

우와 눈이 옆으로 날린다.

오늘 집에 갈 수 있으려나??

글이 마치 눈보라처럼 밀려나온다.


1:31

눈보라가 치다가 해가 났다.

창밖은 환하고 나는 두 번째 도시락을 먹었다.

아직도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대작인가 보다.


2:15

눈이 쉬질 않네.

나도 쉬질 못하네

뎌 졸려온다.

매가진 완성이 코앞인데.

2:49

존재 탐사기록 매거진을 끝맺었다.

이게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쓸 이야기인가?


이글이 내 삶에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인가?

답: 그렇다.


누가 읽어볼 만한 글일까?

답: 재미있게 읽힐 글은 아닌듯 하다.


나는 너무나 새롭지만 어딘가에서 본듯 한 글로 읽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에겐 일생의 표류기같은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이 표류일기를 썼을 것이고 그 이야기는 비슷할 거 같다.

누군가 나타나서 이 문장은 내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어제 쓴 퍼스널 템플릿은 원작자가 댓글을 달아서 초큼 깜짝 놀랐다.

남의 것을 허가 없이 가져다 썼다는 자의식이 올라왔다.


미플랜 퍼스널 플래닝 템플릿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얼씨구 하면서 업어온 한 줄이 분명하다.


조금 다르게 했어야 했을까?

유 플랜 우먼 플래닝 폼 이정도로?

조심해야 한다. 어디서 본 이야기 맘대로 쓰지 않도록.


만약 그럴리는 없지만 당사자가 도전적으로 분노의 일갈을 던져도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근데 나야말로 삶을 관리해야 한다.

독거노인이 자기 관리 없이 살다가 농구선수 거인 김영희처럼 화장실에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으면

어쩌겠는가? 흑흑


이렇게 다섯시간을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면 완전 파킨슨 노인의 자세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김밥알바 하러 가기 전에 다리 운동을 해야지.


3:00

브런치 퇴근

눈보라를 헤치고 미끄러운 비탈길을 잘 갈 수 있을까?

사고 없이 가야 할 텐데...

만약 꽝 하면 오늘 하루 폭망하는 거다.


4:00

깁밥주인이 눈보라 친다고 쉬라고 한다.

이런 감사한 일이...

근데 1시간 알바하기 위해 왕복 2시간을 써야 한다면 내가 먼저 오늘 쉰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쉬라는 말에 감지덕지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제정신이 아닌 나!


5:00

5시 20분에 아이돌 영화가 있다고 확인했다.

cgv에 가서 매표를 하려고 하니 표가 없단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15시 20분 영화를 말하는거냐고 묻는다.

여러번 확인했는데도...

갑자기 윤석렬이 이해가 된다.

짧은 문장도 외우지 못하는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윤석렬과 나는 종씨에 동갑이다.

내세울일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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