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 180개의 위엄

달라졌어요.

by 정오의 햇빛

무엇이 달라졌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알게 되어야 달라진 상태를 강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


글쓰기 전의 나는 생각이 오래 머물지 못했다. 생각을 마무리 지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마치 아니 땐 굴뚝의 연기처럼 어디선가 피어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흔적이 없으니 나는 생각을 했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린다.


영화도 그랬다.

혼자 보고, 스치듯 감탄하고, 곧 잊어버렸다.

또 다른 영화를 보고, 또 잊어버리고.


영화는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사랑, 상실, 연대, 배신, 구원.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내 안에 머물지는 않았다.

내 삶에 녹아들지도 않았다.

그저 오락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공적인 행위가 된다.

누가 강요하지는 않지만 책임이 생긴다.

읽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는 문장을 흐트러진 채로 둘 수 없게 만든다.

어수선한 글은 독자에 대한 배려부족이다. 물론 배려보다 글쓰기 능력부족이 더 크겠지만.


글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생활 속에서 한 동작이 끝날 때 나는 한 번 돌아본다.

집을 나서기 전.

남기고 가는 건 없나?

빠트린 건 없나?


예전에는 조기치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금 전의 행동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정리하는 마무리 동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물건을 잃어버리고 두고 오고 빼먹는 일이 반복됐다.


지금은 다르다.

행동 하나가 끝나면 작은 점검이 따라온다.

마치 글의 마지막 문장을 쓰듯이.

글을 마무리하는 습관이 행동을 마무리하는 습관으로 옮겨왔다.


생각을 닫지 못하던 사람이 행동도 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작은 일 하나도 끝을 본다.

이 변화는 내 삶에 큰 기쁨을 준다.

거창한 성공도 대단한 성취도 아니다.

다만 이런 감각이다.


나는 나를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

독거노인으로 살면서 내 문을 잠그고 가스불을 확인하고

내 하루를 정리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흘려보내던 사람이 생각과 함께 끝까지 하는 사람이 되었다.

글을 마무리하다가 삶을 마무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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