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방정식

공통인수를 제거하기

by 정오의 햇빛

방정식을 배우러 간다.


내 삶에 들어오지 못했던 수학을 만나기 위해서.

왜 새삼 이 나이에 방정식을 배우려 하는 거지?


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 삶의 모든 물음표를 다 지운 뒤 마지막으로 남은 의문이다.


나는 왜 인수분해를 배우지 못했을까?

왜 방정식을 보면 아득해졌을까?

이제는 배울 수 있을까?


수학은 인생을 숫자로 정리한다.

상수와 계수를 이리저리 옮기면 미지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다.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살피면 어디에 서야 할지 판단이 선다.


머릿속에 풀리지 않는 생각을 글로 풀면 풀어진다.

풀리지 않는 생각을 방정식처럼 대입하고 지우면 남는 숫자가 답이 된다.

헝클어진 실타래 같은 생각 속 나는 언제나 술래였다.

벗어날 수 없는 술래의 난감함.속에서, 더 이상 공부는 불가능해졌다.


인수분해를 배우며 깨달았다.

나는 수학을 배우지 못한게 아니라 배우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인생을 인수분해 당한 내가 어떻게 인수분해를 받아들일수 있겠는가.


이제 수학을 수학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왜 배울 수 없었는지를 이해했고 수학에 인생을 걸 이유도 이제 없다.


아득해지는 순간이 있지만 가만히 기다리면 숫자는 숫자로

돌아간다.


트라우마였던 이차 방정식은 여전히 날카롭다.

하지만 이제는 내 손끝을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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