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주행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생각해보니 공개적인 글쓰기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쓰기 전에는 그냥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의 글들을 보면 단단하다.
전문가의 식견이 있고 전문 작가의 완성도가 있다.
내 글은 점점 작아진다. 깨알처럼 보인다.
이건 곤란한데... 방법이 필요하다.
혼자 쓰는 글은 놀이와 같다. 규칙도 없고 승패도 없다.
하다가 멈춰도 된다. 비교할 자리도 없다.
그런데 공개된 자리에서는 다른다.
앞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남의 진로를 막지 않아야 한다.
수영장 강습시간 같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줄을 선다.
오리떼처럼 팔을 휘저으며 나아간다. 나는 아직 자유수영 쪽에 가깝다.
레인 끝에 서서 남을 구경한다. 몇번 왕복하다가 사우나로 들어간다.
땀은 나지 않는다.
내서랍에 들어간 글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
가끔 읽어보지만 어디를 고쳐야 할지 보이지 않는다.
서랍안에서 완벽한 글이다.
그러나 세상에 나올 수는 없다.
마치 예금잔고 같다. 쌓여있지만 쓸 수는 없는 돈.
그 글은 내 것일까
자궁속의 아이는 전능하다.
상상속에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한다.
그러나 세상으로 나오면 목을 가누는 일부터 배워야 한다.
글도 비슷하다.
혼자 쓸 때는 전능하다. 공개되는 순간 한계가 보인다.
그때서야 공부를 시작한다.
왜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야 작가 수업을 시작해야 할까.
막막하다.
열심히 해보려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모든 것을 다 배우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면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늙음과 주름.
지나온 시간. 이루지 못한 꿈. 자랑할 업적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존재만은 남아 있다.
더 잘 써 보이는 글보다 이 모습을 드러내는 글
그게 나의 글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모습으로 간다.
아래는 윗글의 초고.
도입
생각해보니 공개적인 글쓰기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쓰기 전에는 무작정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문제제기
브런치의 글들을 보면 어느 하나 빠지는 글이 없다.
내용은 전문가의 식견을 갖추고 있다.
글의 형태역시 전문 작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내가 쓰는 글이 점점 작아지더니 깨알만하게 보인다.
이건 곤란한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확장
혼자만의 놀이에는 규칙도 없고 승패도 없다.
하다가 팽개치고 다른 놀이를 해도 된다.
나의 놀이를 보는 사람도 없고 비교할 자리도 없다.
잘하고 못하고를 의식하지 않는 혼자만의 놀이의 지속가능한
시간은 어느정도일까?
수영장에는 자유수영과 강습수영이 있다.
강습받을 때는 앞 사람을 따라가야 하고 남의 진로를 방해하면 안된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줄서서 오리떼처럼 팔을 휘저으며 나아간다.
자유수영일때는 레인의 끝에 서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땀도 나지 않는다. 몇번 왕복하다가 사우나실로 가서 몸을 데운다.
내서랍에 들어간 글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
가끔 읽어보는 때도 있지만 어디를 고쳐야 할지 보이지도 않는다.
완벽한 글이다.
그러나 발행할 수는 없는 글.
서랍에 쌓아두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은행의 예금잔고처럼 쌓여만 간다.
쓰지 못하는 돈. 발행할 수 없는 글.
돈은 내돈이 아니고 글은 내 글이라고 말할 곳이 없다.
비유
자궁속의 아이는 전능하다.
상상속에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한다.
세상으로 나온 아기는 자궁속의 상상과 다른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보살핌속에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목을 가누고 배를 밀고 뒤집고 기고 앉고 엉거주춤 첫걸음을 떼고.
글쓰기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혼자쓰던 글이 브런치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나면 이제는 전능한
예비작가는 초라한 작가로 거듭나고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된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
작가가 되어서 작가수업을 시작한다.
사람이 되고 나서야 사람이 되어가는 수업을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글의 구조와 언어의 밀도 서사를 짓는 방식과 마침표와 띄어쓰기까지
배워야 한다. 막막하다.
이걸 언제 다 한다는 말인가?
전환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먹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이건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재능도 없고 체력도 딸린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나에게만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
나의 자원은 늙음과 주름이다.
지나온 과거와 이루지 못한 꿈들이다.
어리석었던 시간속의 나.
점점 희미해지는 현실 속의 나.
자랑할 만한 업적도 성과도 없다.
오직 존재로만 남은 지금이 나의 가장 큰 자원이다.
더 잘 쓰고 다듬고 온전해 보이는 글을 쓰는 것보다
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글을 쓸때 나만의 글이 탄생한다.
지금 이 모습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