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알바

글쓰기와 김밥말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나의 생각

by 정오의 햇빛

글쓰기는 김밥 말기와 비슷하다.


김 위에 밥알을 가지런히 편다. 원하는 속재료를 올려놓는다.

옆구리를 생각하면 속을 조금 넣어야 하고 맛에 욕심을 내면 홍두깨김밥이 된다.


나는 자주 욕심을 낸다. 독자를 위한 글쓰기보다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기에
글이 하염없이 길어진다.

입에 맞는 김밥을 만들겠다고 옆구리를 터뜨리는 사람처럼.


그리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자리가 밀리면 김밥은 일그러진다.
재료가 가운데에 위치하도록 자리를 잡고 돌돌 말며 형태를 단단히 잡아준다.

글도 그렇다.


한 문단에 하나의 생각만 남겨야 한다. 조금만 밀려도 중심이 흐트러진다.

말기가 끝나면 자른다.
칼은 망설이지 않는다. 자른 단면이 드러난다.

안에 무엇을 넣었는지 숨길 수 없다. 글도 자른 자리에서 속이 보인다.

나는 살아 움직이는 가벼운 글보다 공룡처럼 거대한 글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잘라내지 못한 문장들. 정리하지 못한 단락들.

그래서 내 글은 종종 서랍 속에서 산처럼 쌓인다. 멸종된 공룡처럼.


그래도 자른다. 소리 내어 읽는다. 내 목을 통과하지 못하는 문장은 아직 덜 말린 김밥 같다.

내 손을 통과한 글은 내 목을 지나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소리로 태어난 문장은 잠시 허공에 머물다 고요 속으로 사라진다.


어쩌면 그 사라짐까지가 글의 완성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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