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글이

내가 쓰고 싶어하는 글이겠지.

by 정오의 햇빛


어떤 글을 좋아하는가. 이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다.

선호하는 글이 결국 내가 쓰게 되는 글 아닐까.


사건은 있다. 정보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생각은 많은데 온기가 없다.

왜 이런 글을 읽으면 조금 답답해질까.


보자기를 뒤집어쓴 얼굴을 마주한 느낌은 왜 드는 걸까.

정확하다. 깔끔하다. 흠잡을 데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지 않는다.

왜 사전처럼 정리된 문장은 내 마음을 깨우지 못할까.


나는 생각을 읽는 걸까. 아니면 생각하는 사람을 찾는 걸까.

문단 사이에서 몸을 비스듬히 감추고 서 있는 사람.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숨을 참고 있는 기척이 느껴지는 글.

그런 글을 만나면 나는 안도한다.

아, 여기에 사람이 있구나.


확실한 구호보다 조금 삐뚤게 적힌 안내문 같은 문장.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어딘가로 나를 데려갈 것 같은 문장.

나는 왜 그런 글에서 이상하게 용기를 얻을까.

완벽한 문장을 읽고 나왔는데 칠성급 호텔에서 물 한 잔만 마시고 나온 듯
허전해질 때가 있다.

상복을 입었지만 막 화장을 끝낸 배우 같은 얼굴을 마주했을 때처럼
예는 다 갖췄는데 슬픔은 만나지 못한 느낌.


나는 무엇을 놓치고 돌아온 걸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다.

하지만 그 일이 어떤 체온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사건보다 감각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감출 수 없어서 드러나는 글.

헝클어진 머리. 낡은 운동화. 소매가 닳은 스웨터.

정리되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글 속에서 보고 싶은 건 아닐까.

남의 글에서 나의 모습을 찾는 것이려나?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은가. 아니면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글을 잘 쓰고 싶은가. 아니면 글 속에서 숨 쉬고 싶은가.


어떤 글을 선호하는가.

그 질문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의 방향을 이미 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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