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좋은건가?

한국인이 싫은건가?

by 정오의 햇빛

7시에 공주와 테니스 연습을 시작했다.

몇시까지 하겠냐는 나의 질문에 공주는 9시까지 하자고 했다.

8시 35분이 되자 공주는 40분까지 하자고 한다.


나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운동을 20분 더해도 덜해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끄으름이 생기는 듯 했다.

입꼬리가 비틀리는 듯 하고 침을 뱉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한마디 하고 있다.

야. 넌 왜 애가 매번 니 멋대로구냐. 진짜 짜증난다.


더해도 덜해도 상관없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꼬이는 걸까?

꼬여도 왜 한번도 말하지도 못하는 거지?

공주가 무서운가?


선선하게 굴면서 마음속은 연기가 차오르는 굴뚝이 되는 이유는?

분명 이 관계는 대등한데 대등한 느낌이 아니다.

공주를 도와주는 나는 저절로 시녀가 되는 것일까?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내 마음이 상대에게 선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건가?


나는 그의 행동에 시달리고 있다.

약속한 시간에 매번 늦게 나와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늦어도 별 상관이 없다. 그럼 약속시간은 왜 못박나?

이 불쾌감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공주와 연습이 끝난 후 샤워를 하고 나오다가 외국인 세명이 코트에서 노는 모습을 보았다.


한사람이 부족해서 게임을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서 서있으니 코트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보다 더 못치는 여자가 있어서 게임은 6;3으로 이기고 끝났다.

게임은 느슨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엉거주춤 헤어져야 하는데 그중 한명이 자기 이름은 닉이라고 말한다.

스티브 제시. 내 이름은 지연이.

헤어지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묘하게 가볍고 행복하다.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사람들. 이름을 주고 받은게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도무지 내 불쾌감과 행복감의 출처를 모르겠네.



글쓰기 공부를 하고 나서 쓴 글.

웬지 쉽게 씌여진 듯.

문제제기와 전개. 비유 전환 열린 결론.

역시 공부를 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피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