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조용히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지막한 그대 목소리

by 정오의 햇빛

쉿. 조용히 해야 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글거리를 얻으려면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려면, 머리 속에 이미 글이 들어앉아 있어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는 눈과 귀를 끊임없이 외부로 향하게 했다.
사실, 그것은 외부를 보는 행위가 아니라 내부의 소리를 지우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글을 쓰려면 고여 있는 생각을 길어 올려야 한다.
그것을 위해 잡생각과 잡행동을 멈춰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 경험은 나에게 소중했다.

자기의 소리를 지우던 사람이 이제야 자기의 소리를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되었다.
존재의 소리를 말로 바꾸고, 글로 옮기는 삼중의 일이다.

듣고 또 듣고, 보고 또 보고, 알고 또 아는 일.
세 번의 통과를 거치며 나는 조금씩 나를 비우고, 또 조금씩 나를 채운다.


남의 글을 읽다가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늙으면 내가 볼 수 있게 글을 모아놓아야겠다.”(이미 늙었는데...)
그 이유는 단순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다시 읽어보니 재미가 없었다.
제목만 봐도 내용이 환하게 떠오른다.
환히 아는 글을 재미있게 볼 방법은 없었다.

과거엔 재미있었는데,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
곰곰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나왔다.
예전에 쓴 글은 두 번째 볼 때도 새로웠지만, 브런치 글은 이미 여러 번 읽었다.
어떻게 새롭고 재미있을 수 있겠는가.


예전 글은 내가 기억하지 못한 글이어서 새로웠다.
지금 글을 다시 읽으면, 여러 번 읽은 남의 글을 보는 듯하다.
게다가 읽을수록 마땅치 않은 구석이 눈에 띈다.
하지만 더 손대고 싶지도 않다.

몇 년이 지나, 기억이 다 지워진 후에는 혹시 재미있어질까?


재미란 낯선 것이다.
새로움 또한 낯선 경험에서 나온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쓰는 기술이 절실하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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