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로? 존재로?
자아와 존재의 차이는 무엇인가.
자아는 나라고 느끼는 나, 인식되는 나다.
자아는 서사를 가진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비교하고 상처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정체성을 갖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 속에서 형성된 중심이다.
말하자면 자아는 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나다.
반면 존재는 다르다.
존재는 그저 있다는 사실 자체, 인식 이전의 나다. 설명 이전의 상태.
역할이나 이야기 없이도 그냥 있는 상태.
존재는 ‘있음’이다. 현존이다.
존재는 행동의 주체라기보다, 행동이 일어나는 바탕에 가깝다.
영화 속 배우가 자아라면 스크린은 존재다. 배우는 울고, 뛰고, 싸우고, 사랑한다.
스크린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크린이 없으면 영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존재는 그저 있다.
말하지도 판단하지도 계획하지도 않는다. 그 위에서 생각과 감정과 행동이 일어날 뿐이다.
자아는 한다. 존재는 있다.
자아는 파도이고 존재는 바다다.
자아는 상처받는 나, 고독한 나, 분석하는 나다.
존재는 침묵 속에 앉아 있는 나에 가깝다.
돌은 존재하지만 자아는 없다.
갓난아기나 깊은 수면 상태의 사람도 자아의식은 희미하거나 없지만 존재는 분명하다.
존재는 자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아는 존재를 전제로 한다.
자아는 ‘내가 나를 안다’는 구조이고, 그 ‘나’가 먼저 존재해야 자아도 생긴다.
존재는 기본 조건이고, 자아는 그 위에서 형성되는 의식 구조다.
우리는 그동안 행동과 성과, 자아 중심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자아는 늘 흔들린다. 상처받고, 비교하고, 실패에 무너지고, 칭찬에 들뜬다.
하지만 존재는 다르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그대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아가 너무 흔들릴 때 존재로 돌아가려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 속에도, 이상하게도 그래도 나는 있다는 감각이 남아 있다.
자아에는 조건이 붙는다.
잘해야 가치 있고, 인정받아야 괜찮고, 역할을 해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존재는 아무 조건 없이 이미 완성된 상태다. 그냥 있음.
그래서 철학과 종교와 명상은 반복해서 존재를 강조한다.
행동이 아니라, 있음 자체로 충분하다는 방향으로.
자아로 사는 삶은 피곤하다.
존재로 느끼는 순간은 비교적 고요하다.
존재 경험은 거창하지 않다.
숨을 고르고, 호흡을 느끼고,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의 소리와 공기와 몸의 접촉을
이름 붙이지 않고 그냥 느끼는 순간.그때 잠깐, 자아와 존재가 분리되는 경험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