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자와 피전도자의 시간3

감정 속으로 들어갈 때 놓치는 것

by 정오의 햇빛


분노가 올라왔을 때,
사고의 균형을 잃었을 때,
그리고 후회할 행동을 이미 해버렸을 때 —

그 감정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그 감정의 실체는 만나기 어려워진다.

눈앞에서 나를 건드리는 어떤 현상 뒤에는 그 감정을 만들어 낸 계기가 따로 있다.
그 계기로 가지 않는 한, 같은 장면에서 같은 일은 반복된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무리 전이에 대해 읽어도 사람들은 자신의 전이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그 감정 속에 너무 깊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정을 느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그 감정을 알고 만나는 것이어야 한다.

감정의 근원을 모른 채 그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감정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충격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에 가깝다.


그 충격 속에는 지금의 나는 없고 그때의 나만 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아무리 생생하게 느껴진다 해도 지금의 나에게 실제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감정이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지금의 나로서 그 감정을 만나야 한다.

지금의 나로 감정을 만나는 순간,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휩싸거나, 휘두르거나, 압도하지 못한다.


다 말장난이지 라는 말을 또 듣게 된다면 또는 쓸데없는 소리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함부로 우위를 점하는 역겨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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