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던 아이는 어디로 갔나?
브런치에 글을 250편 올렸다.
어느 날부터 머릿속이 아주 조용해졌다.
예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이야기가 올라왔는데, 이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 쓴 건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막힘이라기보다 무언가 한 번 비워진 느낌에 가깝다.
예전의 글쓰기는 안에서 밀어 올리는 방식이었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고, 나는 그걸 받아 적기만 하면 됐다.
속도는 빨랐고, 에너지는 강했다.
하지만 200편이 넘어가자 몸의 리듬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보고, 느끼고, 잠시 두었다가, 그다음에 써야 할 것 같은 감각이 온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것 같다.
조금 낯설다.
조용해진 틈에 남의 브런치 글을 많이 보게 됐다.
그리고 놀랐다.
구독자가 8천 명인 사람도 있었다.
숫자를 보는 순간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60명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구독자가 많은 글을 읽어도 몸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아, 좋다” 하고 바로 수긍이 되기보다 정말 그렇게까지 좋은가, 하는 느낌이 먼저 올라온다.
예전의 나라면 숫자를 보고 먼저 감탄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감탄은 된다. 놀랍고.
어디가 그렇게 좋은 부분인지 찾게 된다. 구독자들이 팔로를 누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문장이 어떻게 놓였는지, 감정이 어디서 생겼는지, 힘이 어디서 빠지는지 자꾸 그런 것들이 먼저 보인다.
아마도 250편을 쓰는 동안 읽는 눈도 같이 변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구독자가 많은 글이 가볍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방향이 다른 것 같다.
어떤 글은 더 많은 사람에게 빠르게 닿는 힘이 있고,
어떤 글은 천천히 스며드는 힘이 있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 걸까.
머릿속이 조용해진 이 시기가 고갈인지, 아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의
잠깐의 정적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전처럼 밀어 올려 쓰는 방식만으로는 앞으로의 글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아마 이제는 조금 더 오래 보고, 조금 더 천천히 느끼고, 조금 더 늦게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대신 무엇이 더 달라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