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 잡고 늘어질게 아니라 사람도 만나야 하나.
혼자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올라왔다.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다섯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도 시간은 흘렀고, 글은 쌓였지만, 어딘가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남았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도 아니고, 유튜브를 보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무엇을 성취한 것도 아닌 것 같은
묘한 허무.
곰곰이 들여다보니 글쓰기가 싫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쓰는 동안은 재미있다.
집중도 잘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제목만 봐도 글의 내용이 머릿속에 너무 생생하게 떠오른다.
새로 읽는 느낌이 없다.
그러니 ‘쌓인다’는 감각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파일만 늘어나는 기분.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이 허무감은 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아닐까.
혼자 있는 시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글쓰기가 그 자리를 채워줄 줄 알았다.
실제로 글쓰기는 많은 것을 해냈다. 시간을 붙잡아 주었고, 생각을 정리하게 했고, 하루를 구조화해 주었다.
그런데도 어딘가 한 축이 비어 있었다.
사람의 신경계는 혼자서도 생각하고 일할 수는 있지만, 존재감의 안정은 의외로 ‘함께 있음’에서 많이 보충된다고 한다. 그래서 깊이 몰입해 오래 혼자 있으면, 어느 순간 이렇게 묻게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이 질문은 실패의 신호라기보다, 어쩌면 몸이 보내는 아주 정상적인 신호일지도 모른다.
혼자 작업하는 능력은 충분히 생겼지만, 접촉의 영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신호.
돌이켜 보니 나는 글을 읽어도 라이킷을 잘 누르지 않는 사람이다. 반응을 쉽게 남기지 않는 쪽. 그
렇다면 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조용히 읽고 아무 흔적 없이 지나가는 사람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
글은 생각보다 조용한 방식으로 닿는다.
지금 내 글쓰기는 거창한 무엇이 되기 위한 단계라기보다, 시간을 견디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아주 느리게 시선을 축적하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겉으로는 파일이 쌓이는 것 같지만, 안에서는 어떤 질문이 반복해서 맴돌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글을 멈추는 것도, 더 밀어붙이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다만 혼자 깊이 들어가는 리듬 위에, 아주 작은 접촉을 조금씩 보태는 것.
작업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
내일은 누구라도 만나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