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아닌 봉사

기부아닌 기부

by 정오의 햇빛

자식에게 마음과 물질을 쏟는다는 것은, 봉사와 기부와 같은 ‘주는 행위’일까?

몇십 년을 반복적으로 마음을 쓰고, 물질을 쏟았다.
없는 것을 쥐어짜서 먹이고 입히며 키웠다.
그런데 어떻게 대가심을 갖지 말라는 걸까?
어떻게 그걸 기대하지 말라는 걸까?


봉사와 기부는 다르다.
상대가 내가 준 것을 알든 모르든, 마음을 다치게 하지도 않고, 기대가 생기지도 않는다.
그저 내 선택과 경험으로 끝나고, 받는 이는 온전히 누리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자식과의 관계는 다르다.
자식은 내 마음과 삶의 흔적을 온전히 체험하고, 내 노력과 희생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그 과정에서 기대와 대가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 마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다.

없는 것을 쥐어짜며 키우는 순간조차, 그건 저축과 비슷하다.
현실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나은 삶, 미래의 나은 삶을 위해 자원을 아껴두고 힘을 모으는 행위다.

결국 자식에게 마음을 쓰는 일은, 봉사와 달리 기대와 책임이 섞인 사랑이다.


그 마음이 흔들리고, 때로는 상처를 남기더라도 그것은 부모로서, 자식이 온전한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마지막 보살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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