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근 마켓의 VIP
메고 다니던 노트북 배낭의 어깨끈이 점점 낡아가고 있다.
노트북이 무거워서인지 배낭끈이 눈에 띄게 늘어졌다.
배낭을 새로 장만해야 할까 생각하던 참에 명품관에서 초등 저학년 책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아주 튼튼해 보였고, 작고 단정해서 맞춤처럼 보였다.
노트북 하나만 넣기에는 내게도 꼭 맞는 크기였다.
어깨에 메 보니 가볍고 든든했다.
초등학생 저학년용 배낭인데, 나에게도 이렇게 적당하다니.
이 작은 물건 하나로 내게 필요한 ‘적당한 것’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건을 사면서 이렇게 기뻤던 적은 흔치 않다.
마음에 꼭 드는, 꼭 필요한 것을 얻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누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남자아이에게 선물했을 빈폴 책가방.
만만찮은 가격이었을 것이다.
노트북 배낭으로 사기엔 분명 호사스러운 가격이었을 테다.
붙어 있는 로고보다도 잘 만들어진 수납공간과 세심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괜히 명품이겠는가.
그 가격을 받으려면 단 하나의 보풀도, 실밥도 허락하지 않았을 공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 명품 배낭은 지금 내 손안에 있다.
단돈 삼천 원과 한 시간의 수고로 얻은 나의 노트북 배낭.
나의 명품관 이름은 당근이다.
당연히 당근이지.
명품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원하는 자의 것이다.
우연히 주워 든 명품 배낭을 쓰다듬는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새롭다.
아마 싸구려 가방이었다면,
나는 그 가벼움을 싸구려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바퀴 위에 올라앉은 남자의 모습이 재미있다.
조그만 가방을 등에 매단 커다란 여자노인의 모습도 우스꽝스러우려나?
커다란 바퀴에 올라앉은 남자가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