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은 쉬는 날.
한동안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날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올라왔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을 골라 글로 옮기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머릿속이 분주했고, 손은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이틀 정도 글쓰기를 쉬었더니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이 올라오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무엇이든 하나쯤은 걸려들었을 텐데, 지금은 물 위가 너무 고요해서 낚싯줄을 드리울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쓰고 싶은 것도 없고, 떠오르는 것도 없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글을 쓰러 밖에 나갈까 싶다가도 비가 조금씩 내려 발걸음이 멈춘다.
비를 맞으며 나가기에는 몸이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요즘은 영화관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걸린 것도 아니다.
결국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 되었다.
생각이 멈춘 걸까,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일까.
예전 같으면 이 공백을 조급하게 메우려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마음도 크지 않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이 상태를 그냥 통과하고 있는 중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글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직 수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물 위가 고요한 날도 있어야, 다시 파문이 보이는 날이 오는 것처럼.
오늘은 그냥 이 고요를 그대로 적어 둔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날의 기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