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마찰

오래살고 싶은걸까? 평생 하지 않던 찬물 샤워를 시작했다.

by 정오의 햇빛

요즘 나는 새로운 생활 습관 하나를 만들었다.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울에 찬물로 샤워를 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찬물 샤워를 한 이후로 손발이 따뜻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찬물을 몸에 끼얹고 나왔던 어느 날은 몸이 너무 추워서 마치 몸살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찬물을 바르기만 하고 가능한 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샤워를 끝냈다. 그 정도면 나로서는 충분히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찬물로 샤워를 하면 몸이 오히려 상쾌해진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몸 안쪽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찬물로 머리를 감고, 타월에 비누칠을 해서 몸을 문질러 씻는 것까지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한 것처럼 몸이 개운하고 산뜻했다.

돌이켜 보면 과거의 나는 이 찬물 샤워를 너무 크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의 냉기보다 훨씬 과장된 공포를 마음속에서 키우고 있었던 셈이다.

내 안의 싫음과 두려움이 너무 커서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전에는 몸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차가워지면 곧바로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지금은 몸에 찬기가 쉽게 스며들지 않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실제 변화인지, 단지 감각의 변화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찬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변화가 나에게는 꽤 큰 성공감으로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많은 일들이 그렇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견딜 만한데, 시작하기 전 마음속에서 이미 너무 크게 겁을 먹고 물러서 버린다.

몸이 못 하는 경우보다, 마음이 먼저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찬물 샤워를 하면서 나는 몸의 적응력보다 마음의 과장을 먼저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작지만 분명한 자신감 하나가 몸 어딘가에 새로 자리 잡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는데.

어쩌면 앞으로 내가 넘어서야 할 많은 문들도, 실제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진 두려움 앞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찬물샤워를 하면

순간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이후에 혈관이 다시 확장되면서 오히려 손발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특히 꾸준히 하면 말초혈관 수축·이완 반응이 빨라지고 체온 조절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찬 자극에 대한 과민 반응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찬물 샤워를 이야기 한 사람은 나에게 찬물 샤워를 해보라고 권하지 않았다.

자기 손발이 따뜻해진거 같다고 만 이야기 했다.

그런 방식의 말을 배워야겠다.

권하지 말고 나의 경험만 이야기 하는 것 . 너무 강력하다.

누가 하란다고 하나. 아무리 좋은 것도 권할 필요가 없다.

다 자기 선택이다. 누구의 권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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