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방어막

찬물샤워를 하며 느끼는 몸의 매커니즘

by 정오의 햇빛


찬물 샤워를 하면서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손은 차가워서 잘 꼬부라지지 않는데, 정작 몸 전체는 그렇게까지 차갑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마치 몸속에서 냉기를 차단하는 어떤 방어막이 작동하는 것처럼.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놀라운 일도 있다.

오랫동안 뜨거운 기름에 손을 넣고 튀김을 건지는 사람도 있고,

숯불 위를 걸어가면서 발에 화상을 입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걸 보면 몸에는 극한의 온도를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특별한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피부가 느끼는 냉기는 강하지만, 뇌는 체온 전체가 위험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체감 온도를 완화한다. 손끝이 차가워도 몸 전체는 안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찬물 자극이 오면 말초 혈관이 수축해 손과 발 같은 끝부분으로 가는 혈류를 줄인다.

→ 손은 차가워도 몸통은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유지된다.


반복적인 찬물 샤워는 교감신경을 각성시키고, 말초 감각 수용체가 자극에 둔감해진다.

→ 손끝이 얼어도 몸 전체가 극한의 냉기를 받는 느낌은 줄어든다.


뜨거운 기름이나 숯불을 견디는 사람들은 신체가 순간적인 온도 자극을 조절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 화상이나 손상을 막는 자연스러운 방어 시스템이 존재하는 셈이다.


결국 찬물 샤워를 통해 느낀 “손은 차가운데 몸 전체는 괜찮다”라는 체감은, 말초 감각 조절 + 혈류 보호 + 자율신경 적응이 합쳐진 자연스러운 몸의 방어 반응이다.

몸이 이렇게 스스로 조절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나는 내 몸이 가진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조금씩 느낀다.


일생 경험한 몸인데 찬물샤워를 하면서 처음으로 말초혈관의 수축이 얼마나 강력한지 말초혈관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어떤 상태가 되는 건지 몸으로 경험한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찬물샤워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

차가와서 곱은 손이 서서히 따뜻해지며 부드러워지는 경험도 새롭고 즐겁다.


찬물 샤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찬물샤워를 계속하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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