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실체 7

의지되는 것은 있는가?

by 정오의 햇빛

무엇도 의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 그 무엇도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으로 확장되었다.


남편도 자식도 이웃도 친구도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도움 안 되는 걸 주렁주렁 달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오래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게 남편이었고 그것보다 더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건 자식이었던 것 같다.


나의 환상은 의존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겠지.

가족이니까.

남편이니까.

자식이니까.

가까운 사람이면 결국 힘이 되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등 뒤는 텅비어가고 짊어지는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짐 보따리는 어깨에도 머리위에도 얹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도 의지가 되지 않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도무지 의지가 안되는 것들

가족이라는 무게

엄마라는 이름표

삶의 습관 살아온 관성 이 주렁주렁 달린 것들을 환상을 걷어내고

바로 보아야 한다.


가장 오래 달고 있던 것이 남편이었고 그보다 더 오래 달고 있던 것이

자식임을 알게 된 순간 환상이 사라지며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나 뿐이었다.

공존하기 위해 퍼부었던 감정과 견뎌왔던 삶의 무거움들은 어리석음의

크기였다.


어쩌면 의존의 환상보다 더 무서웠던 환상은 홀로된다는 고립의 환상이기도 했던것 같다.

고립은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적 상태가 아니라 심리적 구조에 가깝다.

진짜 고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만 열면 나갈 수 있고 물리적 제한이 없는데 어떻게 고립된다는 말인가.

고립은 의존할 수 없는데 의존하려고 할 때 생기는 상태다.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묶어 놓고 의존할때 그 때 생기는 것이 고립감이다.

실제 고립은 없고 심리적 고립은 이해하고 해체가 가능하다.

심리적 고립은 사실은 자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해체하고 의존환상을 깨닫고 실제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가는 것.

자기 감정을 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사유차원으로 끌어올릴때 가능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움의 실체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