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는 나의 힘.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는 왜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왜 그렇게 계속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했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의지할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도, 남편도, 친정도 나를 받쳐 줄 구조적인 안전망이 없었다.
게다가 내 삶에는 자식이라는 무거운 돌덩이도 매달려 있었다.
나 혼자 망가지는 것이라면 모를까 아이들까지 함께 망가지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야 했다.
왜 이렇게 살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사유로 나 자신을 부양하며 살아온 셈이다.
기댈 벽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벽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어쩌면 인간은 의지할 것이 너무 많을 때보다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
비로소 자기 삶을 생각하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사유가 나를 받쳐주는 벽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도 답을 구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오래 생각하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사회가 아무리 제도를 만들고 도움을 준다고 해도 자기 감정을 연구하고 삶의 구조를 이해하지 않으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브런치가 없었다면 나는 나에 대해 이렇게까지 진술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굳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하루를 보내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운동을 하고 놀러 다니고 알바가고 유튜브를 보고 그렇게 하루는 잘 지나간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뭔가를 써야 한다는 이유가 생기니까 가만히 있던 생각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다가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기억이나 생각들이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서 서로 엮인다.
이런 생각들이 대단한 통찰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꿀 이야기들도 아니다.
그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면 뭔가를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별것 아닌 생각도 붙잡고 이리저리 굴려 보게 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쥐어짜서라도 한 줄을 써 본다.
어쩌면 그 과정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은 내가 나를 관찰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