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를 잡은 손은

누구의 손이었

by 정오의 햇빛

처음에는 애비슬라이드를 3분밖에 할 수 없었다. 3분을 버티는 동안 몸이 떨렸다. 아주 지겹고 지치고 그만하고 싶었다. 왜 이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7분이 가능하다. 3분과 7분의 시간 차는 크지만 체감은 비슷하다.

아마도 예전에는 3분쯤에 느끼던 근 피로가 이제는 7분쯤 되어야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시계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몸이 시간과 싸우지 않고 더불어 흐르는 순간이다.


언젠가 애비슬라이드를 30분 동안 할 수 있기를 꿈꾼다.

그때까지 나는 운동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에게 들려줘야 한다.


나는 나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사람들은 관계라고 하면 보통 타인과의 관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요즘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르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

나에게 나를 읽어주는 것. 그것 또한 하나의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는 나와도 맺어진다.

글쓰기라는 건 결국 나를 읽어주는 행위이다.

내 감정을 들어주는 일이다.

운동 역시 나와 대화하는 일이다.

어디가 어떤지 알아주는 일이다.


나를 몰아붙이고 끌고 다니다가 지치면 아무데나 팽개쳐버리던 날들이 있었다.

다음 날이면 팽개친 나를 주섬주섬 챙겨 다시 고삐를 매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조인채 끌고 다니던 날들.

나는 그 손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때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행복하지 않았다. 통장에 돈은 쌓이고 집은 조금씩 넓어졌지만 대견하지도 않았다.

지겨웠다. 기쁨보다 더 큰 피로가 더 빠르게 쌓여갔다.


신기하게도 요즘은 조금 행복해졌다.

찬물샤워와 집에서 하는 운동이 수월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예전에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아, 이렇게 하면 사는 날까지 살 수 있겠네.’

억지로 살던 몸이 이제 방법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고삐를 잡고 끌어당기던 손이 조금 친절해진 것 같다.

앞서가던 손이 이제 옆에서서 나를 기다려준다.

준비될때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린다.

이제는 당겨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걸게다.


어머...

내가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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