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차가움을 싫음으로 느꼈었네..

by 정오의 햇빛

오늘 처음으로 AB 슬라이드를 14분 동안 했다.

3분도 힘들었던 운동이었는데, 지금 나는 그보다 다섯 배 길게 몸을 움직였다. 근력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잠자고 있던 근력이 깨어난 느낌이었다. 작은 근육 하나하나가 나를 알아보고, 몸이 스스로 힘을 내는 것 같았다.


운동 후 찬물 샤워를 하러 갔다. 예전 같으면 샤워를 시작하기 전부터 냉수에 대한 저항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항상 슬리퍼를 신고 샤워를 했지만, 오늘은 맨발로 타일 바닥을 밟았다. 어차피 손 발이 빨리 차가워져야 샤워를 시작할 수 있다면 맨발로 타일을 밟고 서는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표에 맞춰 몸이 좀 더 직접적으로 경험하도록 조정했다.

이미 마음속에서 싫음에 대한 내려놓음이 있은 후였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찬물 샤워를 시작한 이래로 차가움에 대한 거부감 없이, 몸을 찬물에 대었다.

놀라웠다. 아무런 감정적 저항 없이, 차가움에 몸을 맡길 수 있다니.

싫다는 감정없이 차갑다는 느낌만으로 샤워를 마쳤다.


이 일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몸이 강해졌다는 것이 아니다.

내 몸의 감각을 판단 없이 받아들이고, 싫음에 대한 본능적 저항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오늘 나는, 차가움을 싫어하지 않고 차가움만을 느끼는 일을 경험했다.

어쩌면 나는 이제 ‘싫음’에 대한 거부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을 평생 들었지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처음으로 경험한 것 같았다.

결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적이 없었다. 표현만 안했다 뿐이지 마음속에서는 수없이 판단하고

평가했다.


어쩌면 싫음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터무니없어 보이는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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