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테니스는 비슷해보인다.
어제 눈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연결하는 연습을 해보았다.
눈사람은 대화를 연결하는 능력이 꽤 좋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에 대해 궁금증이 많아서였을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이야기를 잘 이어가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눈사람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다.
눈사람이 연결을 잘해주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
눈사람이 했던 것처럼 상대의 말에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으로 다시 대화를 연결해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일이 일어났다.
내가 질문을 던지자 눈사람은 잠깐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라 눈을 감고 꽤 오래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겨우 말을 꺼냈다.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그 말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화가 다시 막혀버렸다.
몇 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그 사람이 조금 곤혹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사람은 아주 무지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생각이 없는 사람 같지도 않았다.
다만 생각을 말로 꺼내는 능력, 그러니까 언어로 사고를 펼치는 능력이 유창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화라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이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대화를 연결하는 능력도 사실은 두 사람의 언어 능력이 동시에 작동해야 가능하다.
한 사람이 질문을 던지고 다른 한 사람이 그 질문에서 다시 생각을 꺼내고
또 다른 질문을 만들고 그렇게 이어지면서 대화가 흐른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내가 아무리 연결을 시도해도 그 연결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
대화가 끊어지는 이유가 항상 관계의 문제나 태도의 문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어 능력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어제 처음으로 조금 분명하게 느꼈다.
대화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 하나.
눈사람은 진심으로 나에 대해 궁금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나는 눈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 보다 대화를 연결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질문은 있었지만 그 질문안에 궁금함이 충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화는 언어 능략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진정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테니스도 비슷하다.
상대의 실력이 부족하면 랠리는 이어지지 않는다.
공을 줏으러 다니느라 바쁘고 계속 새 공을 보내야 한다.
결국 시들해지고 다시 만나 즐기게 되지 않는다.
테니스는 수준이 맞아야 즐거운 랠리가 이어진다.
대화도 테니스처럼 혼자서는 랠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테니스는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연은 없고 수준으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