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질문일까?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소용없다.

by 정오의 햇빛

좁은 테니스장과 야구장 사이에 좁은 골목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혼자 테니스 연습을 한다.


공간은 좁지만 내가 하는 연습에는 충분하다.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 뒷골목이라 나름대로

선택한 자리였다.

오늘도 그곳에서 공을 치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여자가 말을 걸었다.

“여기서 연습이 되시나요?”

그냥 있어도 될 일이었는데 왠지 말대꾸를 했다. 내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뭐가 궁금하신 건지 모르겠는데요?” 비슷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말했다.

“여기서 테니스 연습해도 되냐고요.”

나는 물었다.

“여기서 연습하지 말라는 얘긴가요?”

그 여자는 말했다.

“그건 알아서 판단하시고요.”

나는 “그럼 안녕히 가세요”라고 하고 대화를 끝냈다.

대화는 짧았지만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녀도 나도 만족스러운 대화는 아니었던 듯 하다.

그녀는 분명 내가 그곳에서 연습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말리지는 않았지만, 불편함은 분명히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남자였다면 나는 아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도 아무 말 하지 않았을수도 있다.

서로가 그냥 흘려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 여자였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약간의 만만함이

작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서로 주고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골목은 야구장 잔디를 깎는 아저씨가 가끔 트랙터를 몰고 오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 아저씨는 한 달에 두세 번 마주치는데, 만날 때마다 여기서 공놀이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멀뚱히 서 있는다.

그 사람에게는 말대꾸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 공간을 자신의 작업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달에 몇 번 마주치는 그 아저씨 때문에 내 연습을 완전히 멈출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관계는 늘 같다. 그는 말하고, 나는 흘려보낸다.


그런데 지나가는 행인, 그것도 거의 마주칠 일 없는 사람이 불편함을 표현한 경우는

그 여자가 유일했다. 그래서 나도 반응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보행이 있건 없건, 도로에서 테니스 연습을 하는 것이 아주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다 따지면 테니스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사설 코트나 전용 구장이 아니면 공간은 늘 부족하다. 내가 하는 연습은 큰 공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좁은 곳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위협이 될 동작도 아니다.


사람들의 모든 불평과 제지를 다 반영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반응들은 이미 살아오면서 너무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때로는 무시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하다고 느낀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한다.


그 여자의 논리대로라면 골목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고무줄하는 아이들,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도로에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들 모두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아...

요즘은 도로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다. 줄넘기 학원도 있는 것을 보았다.

줄넘기 세계대회도 있다.


길에서 테니스 연습을 하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어떤 남자가 지하주차장에서 테니스연습을 한다고 말하는 유튜브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남자도 나랑 비슷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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