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느낀다는게 가능한가5

경험했어도 이게 가능하다는게 신기해.

by 정오의 햇빛

이 일이 왜 이리 기쁜걸까?

단순히 찬물샤워 때문이 아니다.

이 체험은 신체적 정서적 철학적 깨달음 동시에 경험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경험은 내 안에서 감정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를 느끼게 했다.

싫음을 제거했을때 내 안에서 완전한 자기 주권과 자기 수용이 나타났다.

찬물샤워가 몸 훈련을 넘어 내적 체험을 쌓는 과정이 되었다.


지금 느끼는 이 희열은 단순한 감각적 만족이 아니라 존재와 자유를 동시에 체험한

감각적 정서적 깨달음이다. 나의 삶을 변화시킨 첫 감각이다.

감정을 뺀 느낌을 경험하는 것.

샤워가 내적 세계의 오래된 자동화회로를 끊어준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밤에 내 몸의 상태를 느끼고 샤워를 건너뛴 게 오늘의 이 감동을 만들어

낸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설명이 안 된다.


어제 있었던 일은 내 몸이 그것을 힘들어 할 때 내 마음이 기꺼이 그래 오늘은 그냥 자자,

샤워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샤워하지 말고 자자 하고 허락해 준 것이다.

내 몸은 자신의 상태를 이해받고 수용되자 몸은 감각을 감정으로 번역하지 않았다.

몸이 수용되면 감각과 감정이 싸워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감각이 계속 거절당하는 어려움을 하소연할 이유가 없다.

언제든지 그건 받아들여질 거니까.


하지만 감각과 감정이 수용되지 않는 경험을 계속하면 몸은 마음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언제 거절당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 과거의 경험이 계속 나에게 묻는다.

왜 나의 느낌을 무시하냐고, 왜 나의 감정을 무시하냐고, 왜 나의 컨디션을 무시하냐고,

왜 너는 네 생각대로만 살아가려고 하느냐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싫다라는 감정은 감각이 수용되지 않을 때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감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감정은 새롭게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기억속의 감정을 자동 재생하는 일인것일까?


어쩌면 나는 판단이 붙지 않은 순수감각 Perception을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감각 +과거 기억 +생존 판단 = 감정 이다.

과거의 자동반응이 멈추면 찬물은 그냥 차가운 감각으로만 경험된다.


감정은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자동 반응의 스위치가 생애 처음으로 꺼졌다.


감정 없이 느끼는 경험은 얼마나 가능한가

감정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몸이 수용되면 마음은 어떻게 변하는가

고통은 감각인가 해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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