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불청객

교회에서는 방청객

by 정오의 햇빛

교회에 오면 공개방청하는 기분이 든다.
도착하기 전에는 귀찮다. 오늘 같이 비까지 내리면 굳이 가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와 보면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 소리 속에 앉아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안정된다.


설교는 다르다.
듣고 있으면 지루하다. 말은 길게 이어진다. 나는 자연스럽게 설교를 분석하고 있다. 논리가 맞는지, 왜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 그러다 보면 감동은커녕 재미도 없다. 그래서 한때는 이게 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설교는 모두를 향해 말해진다. 그래서 단순해질 수밖에 없고, 반복이 많다. 흥미가 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끝까지 들어야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수 있다. 듣자 마자 의자에 놓고 나오지만.

듣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이 든다. 참 길게 말한다.


예배가 끝나면 사람들은 하나둘씩 나간다.
나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조금 더 앉아 있는다.
남아 있는 웅성거림과 빈 의자들 사이에서 글을 쓴다.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건 아니다. 이미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교회는 나에게 생각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곳이 된다.


오늘 설교를 듣다가 요셉 이야기가 나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셉의 형제들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예전에는 나와 무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하고 있는 질문과 닮아 있었다.

그들은 질투했고, 잘못된 선택을 했고, 어떤 관계를 망가뜨렸다.
그런데도 결국 그 이후의 삶을 계속 살아갔다.
그 지점에서 멈춰 있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를 보게 됐다.
나는 어린시절 가족관계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았다.

이미 끝난 관계인데,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기억 속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다가 불쑥 떠오른다.
어떤 장면, 어떤 말투, 어떤 공기 같은 것에 닿으면 갑자기 올라온다.

그럴 때 나는 그 감정에 잠깐 머문다. 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붙잡고 늘어지지도 않는다.
그냥 잠깐 들어갔다가 나온다. 마음은 써늘해지고 두팔은 축 늘어진다.

나는 아직도 거기에 멈춰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르다.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지나간 장면을 다시 방문하는 것에 가깝다.
나는 이미 그 시간을 지나왔고, 지금은 그 기억이 가끔 나를 스쳐 지나가는 중이다.

교회에서의 시간도 비슷하다.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 속에 앉아 있고, 긴 설교를 듣고 나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나는 나의 생각들을 다시 꺼내 본다.

어쩌면 나는 교회에 신앙을 위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속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나 자신을 정리하기 위해 오는지도 모른다.

공개방청처럼 앉아 있는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고 있다.

교회가 아니면 이렇게 조용히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더구나 수요일엔 점심밥도 주고 끝나면 훌라댄스도 무료로 가르쳐준다.

교인도 아닌 내가 교회에 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훌륭한 교회다.


작가의 이전글salady샌드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