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질문에 답이 떠오르는 순간.

어린아이에게 왜 그렇게 했을까?

by 정오의 햇빛

그 질문은 오래도록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들이 악마였던 것도 아니고, 아주 무식하거나 잔인한 사람들이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평범했고, 어떤 날에는 따뜻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그 어린아이였던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척박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이유를 찾았다.

가족이 뒤엉켜버린 구조 때문일 거라고, 이복 언니와 의붓오빠가 결혼을 하는
어딘가 어긋난 관계 속에서 모두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거라고.

그렇게 설명해 보아도 마음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저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애기였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눈을 뜨며 비로소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들의 마음속에 나는 가족으로 자리 잡을 수 없었던 아이였구나.

나는 그들에게 아버지가 어디선가 여인을 만나 낳은 아이, 그저 ‘주어진 존재’였을 뿐이었다.

돌봐야 하는 상황은 있었지만 돌보고 싶은 마음까지는 없었던 자리.

의붓오빠에게 나는 여동생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였고, 지켜야 할 이유도 없는 아이였다.

엄마에게 나는 분명 그녀의 아이였지만, 그녀는 이미 감정적으로도, 삶으로도
누군가를 온전히 품기엔 너무 벼랑 끝에 서 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마흔은 어른이 아니라 아직도 삶에 서툰 사람에 가깝다.

그런 사람이 아비 없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누가 나에게 마음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었을까.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그들은 나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나를 받아들일 자리가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이였다. 알지도 못했지만.

“저들은 나의 가족이 아니다.”
“나는 그들의 가족이 아니다.”

이 두 문장은 너무 단순하고, 너무 명확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너무 잔인한 진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 아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 아이는 이해하려고 애썼고, 설명하려고 애썼고, 끝내는 받아들이려고까지 애썼다.


하지만 사실은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냥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였다.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가족구성원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싶었을게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너를 생각하면

나는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

너는 결국 너 자신을 지켜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몸이 뜨거워지고 눈 앞이 흐려진다.

이제야 내 삶의 알 수 없었던 미스터리가 풀린 느낌이다.

그들이 날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어. 거기에 가족이란 구조 자체가 없었어.





작가의 이전글집에서는불청객